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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미셸 마페졸리의 『부족의 시대』(문학동네, 2017)

인류는 다시 부족의 시대로
 돌아가고 있다!

‘일상생활의 사회학자’ 마페졸리의 포스트모던 대중사회 전망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학술 영역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융합과 트랜스(trans)의 중요성이 강하게 부각되고 있다. 또한 로컬리즘과 세계시민사회 논의가 동시에 진행되며, 다문화주의와 다양성/차이에 대한 인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정치·성·취미·직업 등 다양한 목적을 가진 모임(‘부족’)이 활성화되고 있다. 특히 집단적인 분노와 슬픔, 열광을 생생하게 경험하고 있는 현재, 마페졸리의 오랜 논의는 우리 사회의 맥락에 맞게 다시 새롭게 조명될 수 있다.
 _「해설」


   【개요】


   일상생활의 실천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철학, 문학, 사회학, 인류학을 아우르는 포스트모던 사회학의 기수 미셸 마페졸리. 그는 우리 시대의 특징을 개인주의도, 공동체 회귀도 아닌 ‘신부족주의’로 규정한다. 대중이 감성을 공유하는 소집단들로 분화하며 부족화하는 현상은 무질서하고 야성적인 디오니소스의 부활이며, 노마디즘과 촉각성, 일상성의 가치들이 들끓는 문화적 변혁의 원천이다.


【소개】


개인주의에서 신부족주의로!


   『부족의 시대』는 1988년 프랑스에서 초판이 출간된 이후 영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이탈리아어, 독일어, 일본어 등으로 번역되어 세계적으로 읽힌 마페졸리의 대표작 중 하나이다. 인류학적 통찰로 시들어가던 포스트모던 담론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고, ‘전자 은하계’에서 살아갈 대중의 속성을 시대를 앞서 전망한 예언적 저서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마페졸리는 개인주의 신화에 종언을 고한다. 근대 이전이 공동체 사회였다면 근대는 개인의 시대이며, 이어 등장한 포스트모던 대중사회의 키워드는 ‘부족’이다. 씨족, 혈족 중심의 고대 부족이 아니라 문화, 스포츠, 성(性), 종교 등 다양한 관심사에 따라 불규칙하게 재편되는 소집단들을 통해 새로운 부족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즉 오늘날 대중사회에서 인간은 개인주의를 버리고 소집단들로 뭉치며 다시 부족화하고 있다.

 

   물론 이런 부족은 언론계에도, 학계에도, 법조계에도 존재하며 학연과 지연에 따른 편 가르기 문화로도 나타난다. 또한 ‘일베’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 특정 유명인에 대한 팬덤도 모두 부족화 현상의 단면일 수 있다. 분명 부족주의는 긍정적인 활력뿐 아니라 부정적이고 파괴적인 에너지도 발산한다. 하지만 마페졸리는 다원주의, 수평적 네트워크, 감성적 연대, 촉각적 관계에 기반한 신부족주의에서 파괴하고 생성하는 창조적 힘을 재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가 보기에 신부족주의의 행위자는 근대적 주체, 합리적 성인이 아닌 ‘영원한 아이’이며,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존재가 ‘디오니소스’이다. 이 디오니소스는 삶의 아노미적인 것들, 유희적이고 무질서한 측면을 나타낸다. “지나치게 합리화된 우리 사회, 그렇기에 살균된 사회, 필사적으로 모든 위험을 막아내려는 사회, 바로 그러한 사회 속으로 야만스러운 것이 되돌아온다. 바로 그것이 부족주의의 의미다.”(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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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와 ‘일상’을 사유한 사회학계의 괴짜


   장 보드리야르의 뒤를 이어 포스트모던 사회학의 기수로 떠오른 미셸 마페졸리는 파리 5대학의 ‘현재와 일상 연구소’를 거점으로 분과학문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일상생활의 사회학’ 연구를 이끌며 일상적인 것, 주변적인 것의 가치를 조명해온 독보적인 학자이다. 『상상계의 인류학적 구조들』을 쓴 질베르 뒤랑의 직계 제자로, 이성과 상상력의 이분법적 분류를 거부하고, 실증주의에 반대하는 상대주의적 방법론을 옹호하며, 미학적 언어와 사회학적 언어의 결합을 모색해왔다.

 

   마페졸리는 보통 지식인들이 연구대상으로 삼지 않았던 록과 테크노 음악, 외모지상주의, 감각, 연금술 등을 진지하게 다루고 이런 일상생활의 실천들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다. 현상학적 접근을 통해 사회적 삶에서 상상력의 중요성을 밝히는 그의 연구는 시학적 리얼리즘이라 부를 수 있다.
해석의 독점 아래 있던 수많은 ‘기성복 사유’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사회과학의 주변부에 머물러 있던 감성, 감정, 미학적인 것 등에 주목한 마페졸리는 이성에 억눌린 감정을 폭발시키고 무익하고 덧없는 것을 욕망하는 포스트모던 사회의 새로운 문화현상을 면밀하게 관찰하고 증언하고 이론화한 대표적인 사회학자이다.



새로운 ‘사회성’의 탄생


   마페졸리는 근대를 지배한 공리주의적 ‘개인’과 사회계약을 바탕으로 한 ‘사회적인 것(le social)’을 대신해, 감정과 ‘정서적 공동체’ ‘사회성(socialite)’이 현대 포스트모던 사회를 설명하는 데 더 적절한 개념이라고 본다. 그가 제시하는 새로운 사회성은 외부에서 강제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내재적 초월성’을 지닌다. 개인의 의식 혹은 무의식에 스며든다는 점에서는 ‘내재적’이지만, 개인을 넘어선다는 점에서는 ‘초월적’이다. 현대 사회에서 소집단들의 증가는 종교의 정신(정서적 유대)과 로컬리즘(근접성)에 동시에 의존하고 있는 일종의 부족주의 현상이다.


   마페졸리는 유럽 문화권이 전통적으로 신의 나라 혹은 이상사회에 대한 지향을 본질로 삼는다면, 포스트모던 사회의 신부족주의는 ‘지금 여기’의 삶 자체에서 체화된 관용의 태도를 특징으로 갖는다고 본다.


  우리는 근대적 보편주의, 계몽주의의 보편주의, 승리를 구가하는 서양의 보편주의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이 보편주의란 사실상 특수한 자민족중심주의의 일반화일 뿐이다. 세계의 조그마한 지역의 가치들이 모두에게 유효한 모델처럼 확대 적용된 것이다. 부족주의는 경험적으로 어떤 장소에 대한 소속감, 그리고 어떤 집단에 대한 소속감이 중요하다는 점을 상기시켜준다. 이 소속감은 모든 사회적 삶의 본질적 토대이다.(20쪽)


   마페졸리가 정서적 공동체, 교감, 부족 등의 단어를 통해 묘사하는 포스트모던 사회의 소집단은 단순히 조화롭고 이상적인 집합체가 아니다. 오히려 서로 대립하는 것들이 갈등적 조화를 이루는 상태, 다소 야만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놀랄 만한 방식으로 이질적인 것들이 공존하는 상태이다.

가치의 다신교


   대중은 경직된 엘리트들이 당위의 원리로 부정하고 배척했던 것들을 수용하면서, 이질적인 것들의 공존을 지향하는 지혜를 발휘한다. 이것이 곧 막스 베버가 말한 ‘가치의 다신교’이며, 마페졸리는 이를 ‘민중적 다신교’라고 표현한다. 포스트모던 사회는 ‘세계의 탈(脫)주술화’(베버) 시대 이후에 등장한 ‘재(再)주술화’의 사회이다. 대중이 부족으로 회귀하거나 부족이 대중으로 결집하는, 그런 재주술화는 함께 체험한 감정이나 감성을 주된 유대의 원천으로 삼는다.

 

   마페졸리는 이방인과 타자에 대한 대중의 환대와 개방성, 민중적 지혜를 줄곧 강조한다. 권력이 중앙집권화되고 전문화된 사회와 지식의 구성을 지향한다면, 새로운 부족들은 점점이 흩어져 세속화와 탈중앙화를 지향한다.
대중은 이중적이고 양가적이다. 마페졸리에게 대중(민중)은 부르주아나 프롤레타리아와 같은 역사적 주체가 아니라 억압당하면서도 소외를 따돌리는 속임수를 쓸 줄 아는 모순적 실체이며, 이방인과 타자를 추방하지 않고 다양한 척도와 규범에 따라 집단에 통합하는 일상적 실천의 행위자이다. 마페졸리는 대중이란 위대함과 교활함, 적극성과 수동성, 저항과 순응주의를 모두 가진 존재라고 파악한다.



소집단들의 다원적 네트워크


  대중은 자신 안에 풍성한 미래를 지닌 하나의 불완전성이다. 마페졸리는 불완전성만이 삶의 표식이며, 완전성은 죽음의 동의어일 뿐이라고 규정한다. 고유한 형태가 없는 대중은 상스러우면서도 이상적이고 관대하면서도 사악하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이 그러하듯, 대중은 역설적 긴장에 의존하는 모순된 혼합물과 같다. 하지만 바로 여기에서 창조적 힘이 들끓고 분출한다.

 

   대중이 가진 창조성의 가장 완성된 형태는 현대 소집단들의 네트워크 구축이다. 대중이 타인을 인지하고 경험하는 토대는 감각적인 것, ‘함께-하기’의 물질성이다. 함께-하기는 서로 접촉하도록 해준다. 대부분의 민중적 즐거움은 군중 혹은 집단의 즐거움이다. 이 인류학적 상식을 간과한다면, 함께 모이고자 하는 인간의 기이한 강박을 이해할 수 없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이미지의 회귀, 감각적인 것의 회귀는 분명 접촉의 논리와 관계된다.


   현재와 일상적 삶에 대한 관심은 이렇게 근접성, 촉각성에 대한 새로운 의미 부여로 이어진다. 대문자로서의 역사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의 삶으로 이루어진 소문자로서의 작은 역사들은 이런 근접성에 근거하며, 사회의 영속성을 설명해주는 놀라운 비밀은 바로 여기에 있다. 근접성은 근본적으로 ‘우리’가 계승되는 기반이며, ‘우리’는 모든 사회성의 실체를 구성한다. 점점이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소집단들과 부족들은 소속감이라는 감정에서 출발해, 고유한 윤리에 따라,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의 틀 속에서 구성된다. 다양한 형태의 대중 속에는, 동일성의 명령과 예측에서 끊임없이 벗어나는 수많은 소집단이 존재한다. 이것이 신부족주의 시대의 현실이다.


   사회적 삶은 괴물스럽고 산산조각나 있으며, 사람들이 그것을 붙들었다고 믿었던 곳이 아닌 다른 곳에 존재한다. 사회적 삶을 은밀하게 작동시키는 것은 바로 다원주의이다. 이 세상물정을 이해하는 것이 좋다. 이러한 이해가 바로 일상생활의 사회학이 하고자 하는 바이다.(280쪽)




 

작성일 : 2017.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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