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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째별의 다큐 이야기] 탈핵 이야기 1

 - 황분희 월성원전 인접지역 이주대책위원회 부회장


일곱째별(르포작가)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이하 원전) 사고가 터졌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는 체감 온도가 달랐다. 인근 지역이었고 안전제일주의 일본에서 일어난 사고라면 세계 어느 곳도 안전하지 못할 거란 분위기가 팽배했다.


   1주기를 앞둔 2012년 2월 29일, 나는 시청 앞 광장에서 ‘아이들에게 핵 없는 세상을 안전한 밥상을’이란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했다. 어찌 보면 탈핵운동은 집집마다 자가용을 몰고 밤마다 조명을 켜고 여름이면 에어컨에 겨울이면 보일러 없이는 못사는 에너지 소비시대에 바람 부는 들에 붙은 불을 지푸라기 같은 인간이 끄겠다고 덤비는 일처럼 무모해 보인다. 그러나 한낱 먼지 같은 인간이 감히 지구를 지키겠다고 나서는 데는 무모함만큼의 거룩함이 있다. 나 하나 살다 갈 세상이면 상관없다. 그렇지만 우리에겐 지켜야 할 다음 세대가 있다. 그것이 내가 탈핵을 지지하는 이유이다.


   5년 후, 사진을 제대로 배우기 시작한 2017년을 ‘사진으로 하는 탈핵 운동’의 원년으로 정했다.
 

 

1차 촬영
 

   황분희 부회장을 처음 만났을 때는 2017년 1월 21일 제13차 범국민행동 촛불집회였다.


   경주에서 올라와 서울 시민들에게 원전을 줄이기 위해 전기를 아껴 써 달라는 부탁이 기억에 남는다.


   같은 해 8월 23일, 고리를 거쳐 월성으로 갔다. 고리 원전이 보이는 바닷가에서 많은 사람들이 낚시를 하고 있었다. 그들은 처음엔 낯선 이방인의 방문을 반기지 않았다. 원전 앞바다인데 방사능으로 물고기가 괜찮겠냐고 묻자 그들은 ‘바다가 얼마나 넓은데’라며 아무렇지도 않게 릴낚시를 했다. 그들은 숭어를 잡고 있었는데 숭어야말로 뻘을 뒤지는 생태로 인해 방사능 물질이 잘 농축될 수 있는 어종이었다.


   월성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늦은 오후였고 다소 지친 상태였다.


   월성 원전 4기를 코앞에서 보고 있자니 시퍼런 소름이 오싹 끼쳤다. 거기서 1km 안에 있는 홍보관 옆 비닐하우스 농성장에 월성원전 인접지역 이주대책위원회 황분희 부회장 과 7세 외손자가 있었다. 먼지 뿌연 선풍기가 돌고 있었지만 무척 더웠다. 할머니에게 꼭 붙어 떨어질 줄 모르는 그 아이는 만 4세 때 이미 제 아버지의 세 배 되는 삼중수소 17.5베크렐(Bq, 1초에 방사선이 1개 방출되면 1베크렐)이 체내에서 검출됐다고 한다. 삼중수소는 약한 방사선을 방출하는 방사성동위원소로 원자로의 핵분열과정에서 발생되는데 환경으로 누설되어 섭취하면 체내에서 장기간 방사선을 발생시켜 돌연변이나 암을 유발할 수 있다고 한다. (출처, SNEPC-서울대학교 원자력 정책센터)


   원전은 감속재에 따라 경수로와 중수로로 나눈다. 보통의 물인 경수(H2O)와 그보다 무거운 물인 중수(D2O)를 사용하는 차이인데 경수로는 우라늄을 농축한 핵원료를 사용하지만 중수로는 천연우라늄을 핵원료로 사용한다. 천연우라늄은 핵폭탄의 원료로 쓰이는 플루토늄이 많이 나온다. (출처, 한수원블로그) 플루토늄은 방사성 독성이 강하며 흡입되어 몸속에 들어가면 허파와 골수에 영향을 미쳐서 폐암이나, 흔히 뼈암이라 부르는 골육종을 유발한다고 한다. 월성원전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중수로형 핵 발전소이다.  


   방사능은 외부피폭 보다 호흡기나 음식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내부피폭이 훨씬 위험하다. 방사능에는 남성보다 여성이 더 민감하고, 어른보다 세포분열 속도가 빠른 어린이가 20배 더 민감하다. 마을 주민에게 삼중수소 검사를 4번 했는데 100%가 오염됐다고 한다. 원전 제한구역은 중수로인 경우에 914m, 경수로는 560m인데 방사선에게 914m 밖으론 나가지 말란다고 말을 듣나.


   “기자님도 지금 숨 쉬고 있는 중에 피폭이 되고 있어요.”


   나야 어쩌다 들르는 외부인이지만 어린 아이에게 무슨 잘못이 있나, 아이들만큼은 방사능 위험 없는 지역에서 키우고 싶다는 소망이 이곳 주민들의 속 타는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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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 원자력홍보관과 이주대책위원회 농성장앞

 


   황분희 부회장은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에서 산 지 30여 년 되었지만 원자력발전소가 몸에 나쁜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폭발 후에야 알았다. 한국수력원자력(주)나 정부는 깨끗하고 안전한 원자력 덕분에 값싼 전기 사용한다고 했다.
  

   1982년에 가동된 월성1호기는 2012년이 30년 설계수명 만료 시점이었다. 그런데 후쿠시마 사고 한 달 전에 10년 수명연장을 받았다. 마을에선 후쿠시마 사고 후 월성1호기 재가동을 막으려고 탈핵운동을 시작했다. 월성1호기는 2012년 10월 30일부터 2015년 6월 22일까지 가동을 중단했다가 현재 재가동 중이다.
  
    월성 원전이 위험한 이유는 또 있다. 원전에서 쓰고 남은 핵연료인 고준위 핵폐기물의 전국 53%가 월성에 있다. 중수로의 경우는 운전하면서 매일 소량의 핵연료집합체를 교체하기 때문이다. 현재 있는 임시저장고는 2019년에 포화상태가 된다고 한다. 최소 10만 년은 격리해야 하는 고준위 폐기물 처리장은 아직 세계에 없고 현재 유일하게 핀란드에서 건설 중이다. 나아리 주민들은 정말 핵폐기물을 둘 데가 이곳밖에 없다면 완충 지역을 만들어 내보내 달라고 했지만 아무도 응답하지 않았다.


   “경주 시장은 아마도 ‘보관세’ 받기 위해 고준위 핵 폐기장도 유치하겠지요. 방사능 피해 받는 소수 주민 희생시키고 어마어마한 돈이 경주시민들한테 돌아가겠죠.”


   원전이 그렇게 안전하고 깨끗하다면 전기에너지의 주 소비층이 살고 있는 대도시 특히 수도권에 지으면 이동 경로도 짧아지고 좋지 않은가? 그러나 대부분의 원전은 대도시에서 먼 고령화 경제 낙후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밀양 송전탑도 마찬가지다. 대도시의 편리한 전력 소비를 위해 시골 마을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반발하는 주민들에게 ‘님비현상(not in my backyard:꼭 필요한 공공시설이지만 자신이 사는 곳에 설치하는 것만은 기피하는 현상-출처, 다음백과)’이라고 손가락질을 한다. 과연 다수는 늘 옳은 것인가?


   한수원은 주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마을 대표들에게 지원금을 주며 사업을 해서 이익금을 나눠가지라고 했지만 그 돈은 일부 사람들만 배부르게 하고 일반 주민들에게 돌아가지 않았다고 한다. 심지어는 받은 사람들 중 잘 모르고 썼다가 감사가 나오자 감당 못 해서 자살하는 사태도 벌어졌다고 한다. 
 
   2016년 9월 12일 밤, 마침내 서울에서 꿈쩍하는 일이 벌어졌다. 경주에서 5.8규모의 지진이 일어난 것이다. 천재지변을 당해낼 그 어떤 생물체도 지구상엔 없다.  


   2013년에 품질기준에 미달하는 부품들이 시험 성적서가 위조되어 수년 이상 납품되어왔던 비리사건이 터졌으면서도 그동안 사고 안 난다고 장담하던 한수원도 지진 앞에서는 별 수 없을 것이다.


   마을 건물마다 공실이 눈에 띄었다. 건물주만 남고 세입자들은 빠져나간 상태였다. 자력으로 나갈 능력이 없는 주민들만 나아리에 남았다. 
 

   “한수원이 우리 집들을 현 시가대로만 사주면 어디든 깨끗한 곳에 가서 살고 싶어요.”


   그러나 돌아오는 답은 방사능 기준치 미달이니 괜찮다, 이주 시킬 법적인 근거가 없다 뿐. 게다가 한수원에서는 주민들이 기자들 불러들이고 전국에 다니며 알려서 매매가 안 되는 거라고 도리어 탓을 했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전에 경주 지진 나고 제일 먼저 내려오셔서 따뜻한 말씀해 주시고 가셨어요. 대통령 되면 탈핵 하겠다고 했으니 그리 해 주시겠죠.”


   부회장은 또 며칠 전 찾아온 인터넷 신문 기자 명함을 보여주며 그 사람도 어떻게든 알려주겠노라 다짐하고 갔다고 했다. 무얼 어떻게 해 주겠다는 장담을 할 처지가 못 되는 나는 애꿎은 홍보자료를 찾았다. 3년이 넘은 투쟁에 제대로 된 유인물 한 장이 없었다. 현수막도 다 찢어졌다고 했다. 재정적으로 어려우니 그저 다니면서 알리는 방법밖에 없다고 했다. 해는 지고 있었고 천막 안 열기도 점점 사그라졌다. 한 시간여 통분을 듣고도 내게 도울 아무 힘이 없다는 사실에 낙담했다. 조용히 현수막을  보러 가자고, 가서는 찢어진 현수막을 잡고 서보시라고 했다. 그렇게 찍은 사진이 그 해 12월 한겨레신문 ‘한 장의 다큐’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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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방사능 피폭 위험 지역에 들어오셨습니다

 


갑상선 암 피해자 기자회견


   2017년 10월 11일 수요일 국회 정론관, <원전 주변지역, 갑상선암 피해자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황분희 부회장과 이상홍 경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과 균도 씨와 그 아버지 이진섭 씨 등을 만났다.


   균도 씨는 선천성 자폐로 발달장애아였고 그의 아버지 이진섭 씨는 직장암, 어머니인 박 씨는 갑상선암을 앓고 있었다. 이들은 2012년 7월, 한수원을 상대로 한 건강권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2014년 10월, 갑상선 암 발생에 근 20년의 거주지 10km 이내에 있는 고리, 신고리 원전 6기 방사선 노출이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판결로 승소해서 주변 피해자들의 귀감이 되었다. 이후 4개 원자력 발전소 주변지역 618명 주민이 2015년부터 갑상선암 발병에 따른 피해보상을 요구하며 한수원을 상대로 공동소송 중이었다. 원자력발전소 가동 이후 반경 10km 이내에 5년 이상 거주한 이후 갑상선암이 발병해 수술한 주민들과 피해자 가족을 포함한 총 2,882명이 원고인 대규모 소송이었다. 황분희 부회장도 5년 전 갑상선 암 수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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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2년부터 2011년까지 약 20년간 핵발전소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한 역학 조사(한국전력공사 발주, 교육과학기술부 운영, 서울대학교 의학연구원 원자력 영향·역학 연구소 수행)에 의하면 ‘핵발전소 주변 지역에 사는 여성들에게는 발전소와 관련이 없는 지역에 사는 여성들에서보다 갑상선암이 2.5배 발생한다’는 결론을 도출해 낼 수 있다.


   이른 아침부터 서울로 올라와 기자회견이 끝나자마자 다음 날 아침부터 경주 시내에서 탈핵시위를 한다고 바삐 내려가는 이들을 서울역에서 배웅했다. 70세에 소화하기엔 버거운 일정이었지만 황 부회장은 청년처럼 씩씩했다. 

 


2차 촬영


   10월 13일 금요일, 2차 촬영을 하러 다시 원전을 찾았다.


   갈 때마다 하늘이 도와 날씨가 쾌청했다. 지난 촬영 때 흰 구름이 맞아주었다면 이번에는 흰 파도가 기다리고 있었다. 임랑 모래사장에 엉덩이를 대고 앉아있자니 언어로 표현하지 못하는 세계에 대한 자유로움이 마음을 채웠다. 어휘를 선택하느라 긴장할 필요 없이 뷰 파인더에 집중했다. 구도를 선택하고 초점과 조리개 값을 맞추다가 문득 내가 혼자서도 외로워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경이로운 자연 속에서 찍고 있는 내 사진이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곳에 핵발전소라니……. 마음이 쓰라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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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 출입금지 너머 고리 원전

 


   월성 바다는 고리보다 더욱 짙푸르렀다. 원전 앞에 몰아치는 흰 파도를 찍었다. 방파제에는 고리에서와 마찬가지로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천막 안에는 황분희 부회장이 기다리고 계셨다.


   “아이고, 이렇게 혼자 다녀. 고생스럽게.”


    점심을 먹었냐고 물으셨다. 한 손엔 렌터카 핸들, 한 손엔 찐 고구마를 들고 먹으며 운전을 해 온 길이었다. 먹을 시간이 없었다고 답하자, 옆에 있던 쇼핑백 안의 손수 키운 단감을 먹으라고 주셨다. 유기농이 아니면 좀처럼 먹지 않은 지가 오래 되었다. 한수원에선 기준치 미달이라고 주장하지만 방사능 오염 지역에서 생산한 과일을 먹기란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런데 황분희 부회장은 그 땅에서 30년을 살아온 사람이었다. 갑상선 암 수술도 받았다. 이주를 하고 싶어도 꼼짝 못하고 살고 있다. 딸과 사위, 손주들 몸에 피폭이 되는 걸 알고도 어쩔 수 없이 살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 분 앞에서 어찌 못 먹어요, 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나는 단감을 휴지로 닦아 껍질째 우적우적 씹어 삼켜 우정을 보여드렸다.


   ‘까짓 거 한 번 죽지, 두 번 죽나. 함께 죽을 각오 아니면 이 일이 뛰어들지도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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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주민들 이름을 쓴 가관들

 


    황분희 부회장은 나아리 사람들과 함께 매주 월요일 아침 출근시간마다 가관(假棺)을 끌고 한수원 앞까지 행진을 한다. 그리고 매주 목요일 오전 10시부터 경주시청 앞부터 경주역, 성동시장을 거쳐 다시 경주시청으로 가는 경주탈핵순례를 한다.


    “여러분이 흥청망청 전기를 쓸 때 희생하고 있는 지역민들이 있다는 걸 기억해 주면 좋겠습니다. 여기는 죽음의 동네예요. 이렇게 위험한 걸, 이거 터지면 여기뿐만 아니라 울산, 부산 모두…….”


   경주시민들은 나아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 시민들은 과연 자신들이 쓰고 있는 에너지원 때문에 핵발전소 주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안다한들 자신들의 편리를 포기할 마음이 1베크렐이라도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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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원전 월성1호기 폐쇄

 



<참고도서 >
한국탈핵, 김익중, 한티재, 2013
탈핵 학교, 김정욱 외 11명, 반비, 2016
핵을 넘다, 이케우치 사토루, 홍상현 옮김, 나름북스, 2017

시민과학자로 살다, 다카기 진자부로, 김원식 옮김, 녹색평론사, 2015




 

작성일 : 2018.04.10
저자 소개  

일곱째별
다큐멘터리·르포작가.
웹진 <문화 다> 편집동인. 제7회 조영관 문학창작기금 수혜 (르포 부문) diesiebtenster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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