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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회록의 영화 사랑] 국가란 무엇인가?

- 문정현 감독의 <이산자After Chosun>(2017)


임회록(영화 칼럼니스트)


   일본에 거주하는 조선인들, 이들 자이니치들이 일본사회에서 겪는 차별과 배제의 양상은 여러 문학작품이나 영화를 통해 꾸준히 형상화되어왔다. 문정현 감독의 이번 영화 <이산자After Chosun>는 그런 발화중의 하나다. 전작 <할매꽃Grandmother's Flower>을 통해 자이니치들이 일본사회에서 겪는 차별의 역사를 가족의 개인사를 통해 증언했었던 문정현 감독은 이번 작품 또한 그 연장선에서 자이니치들이 가진 현재의 고민과 일본에서의 활동 등을 담은 작품이다. <할매꽃>에 등장했던 철웅 삼촌의 못다한 얘기와 일본에서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활동하는 김임만 감독, 그리고 인권운동가이자 역시 다큐멘터리 감독인 박수남 감독이 이 영화의 중심에 있다. 이 외에도 영화 속에서는 일본 오사카 ‘가마가사키’지역의 홈리스들, ‘이주민’으로 불리어지길 원하는 탈북자, 강제 징집되었던 위안부 할머니 등이 국민국가에서 자신의 현재 위치를 증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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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산자>에서 철웅 삼촌과 김임만 감독을 비롯해 영화에 등장하는 자이니치들 중에는 유독 제주도 출신들이 많다. 제주 주민들이 일본으로 이주한 역사는 일제 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주도는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상 척박한 땅을 개간하여 자급자족을 해야 했으며, 가뭄이나 홍수와 같은 천재지변이 생기면 더욱더 먹고살기 힘들었다. 수탈이 심해진 식민지 시기 먹고 살기위해 일본으로 도항을 많이 했다. 특히 1922년 제주도 각지를 한 바퀴 돌아 일본 시모노세키를 거쳐 오사카까지 왕복 운항하는 정기연락선 기미가요마루(君代丸)가 개설됨으로써 일본으로의 이주는 한층 더 쉬워졌다. 일본의 패전이후에는 4.3사태로 인해 이념대립이 극심해지자 다시 일본으로 대규모의 이주행렬이 생겨났다. 이들이 이주해서 터를 잡은 곳이 오사카였다. 이들은 오랫동안 오사카에 살면서 일본사회의 차별을 온몸으로 받아왔던 것이다.


   그러나 자이니치들이 겪는 폭력적인 차별은 일본사회에서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들의 조국이라 불리는 남한과 북한에서도 그들은 차별받는다. 박유하와의 논쟁으로 잘 알려진 역사학자 정영환은 그의 국적이 ‘대한민국’이 아니라는 이유로 2016년 입국허가가 나지 않았다.  자이니치 3세로 도쿄에 있는 메이지가쿠인(明治学院) 대학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정영환은 그의 외국인 등록증에 국적을 적는 칸에 북한도, 남한도 아닌 ‘조선적’으로 기재되어있기 때문에 입국이 거부 된 것이다. 2008년 이전에는 2차례 한국을 방문하였지만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고 나서는 ‘반공논리’를 내세워 그의 한국 입국이 번번이 불허되었다. 일본사회뿐만 아니라 한국사회도 자이니치들에게 국가는 ‘어느 쪽이냐?’는 ‘특권적 물음’을 하면서 그들에게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여전히 이념적인 잣대로 그들에게 남한과 북한이라는 선택지를 들이밀고 어느 쪽에 설 것이냐는 폭력적인 물음을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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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는 북한을 탈출하여 남한으로 온 탈북민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영화 속에서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남성은 스스로를 ‘탈북자’, ‘새터민’ 등의 명칭보다는 ‘이주민’으로 불러주기를 희망한다. 이념적인 갈등 때문에 사선을 넘어 온 것이 아니라 경제적인 이유로 남한으로 온 것이므로 이주민으로 봐달라는 것이다. 그런데 국가에서는 남한으로 온 북한주민에게 ‘탈북자’, ‘새터민’ 등의 이름을 부여하여 그들이 자국의 국민들과 다르다는 것을 명칭으로 구별 짓고 남한체제가 북한체제보다 우월하다는 지표로 그들이 활용되길 바란다. 그래서 끊임없이 ‘어느 쪽이냐’고 선택을 강요한다. 그들은 그냥 먹고살기 힘들어 돈을 벌기위해 남한으로 왔을 뿐인데. 


   영화 <이산자>에는 문정현 감독의 카메라를 통해 또 다른 감독들의 관심사를 확인할 수 있다. 김임만 감독은 자이니치 2세이다. 그의 이름이 한국에 알려진 것은 영화보다는 그가 조선인 이름을 되찾기 위해 일본사회에서 벌인 소송 때문이다. 재일조선인 학교가 아니라 일본의 공립학교에서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한국어를 읽을 줄도 쓸 줄 몰랐던 그는 철모르는 어린 시절 길거리에서 어머니를 만나면 어머니의 한복차림이 부끄러워 모른척했다고 한다. 그랬던 김임만 감독은 자이니치로서의 정체성에 눈뜨기 시작하면서 자신의 뿌리를 찾기 위해 소송을 했던 것이다. 결과는 패소했지만 요즘 자이니치 3,4세대들은 조선인 이름을 쓰기위해 일명 ‘본명선언’을 하고 소송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김임만 감독은 자이니치들의 삶과 역사에도 관심이 있지만 일본사회의 소수자들에게도 관심이 많다. 그 관심의 대표적인 영화가 <가마가사키 권리 찾기Give back Kama’s Right>이다. 가마가사키는 오사카의 시내 중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일본의 대표적인 슬럼지역을 일컫는다. 물론 이곳의 행정적인 명칭은 ‘아이린지구’이다. 이 지역의 역사는 오래되었다. 1960년대 형성된 일본의 인력시장인 ‘요세바’가 그 기원이다. 도쿄, 요코하마, 나고야, 후쿠오카 등지에 있었던 ‘요세바’ 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곳이 이곳 오사카의 인력시장이었다. 1960년대 석탄에서 석유로 에너지원이 바뀌고 탄광산업이 시들해지자 일자리를 잃은 많은 광부들이 인력시장으로 몰려들었다. 또한 산업구조의 재편으로 인해 농민들 또한 일자리를 찾아 도시의 인력시장으로 몰려왔다. 일본의 고도 경제성장기에 이들의 수는 급격히 늘어났으며 일본경제의 주요한 성장 동력으로 기능 하였다. 그러나 80년대 말부터 일본의 경제가 침체되기 시작하면서 가마가사키지역에는 홈리스들이 하나 둘 생기기 시작했으며 90년대 경제위기이후 급속도로 홈리스들이 늘어났다. 이들은 이제 나이가 들어 가마가사키지역은 오사카에서 가장 고령자가 많은 동네이자 가장 홈리스들이 많은 동네가 되었다. 한 때 일본의 산업역군으로 칭송받으며 일본의 경제성장을 주도했지만, 지금은 철저히 국가로부터 버려진 채 이제는 치안감시의 대상이 될 뿐이다. 가마가사키는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일본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소다. 문정현 감독은 <이산자>에서 김임만 감독의 카메라를 통해 일본국가가 비국민을 생산하고 다루는 방식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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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수남 감독의 카메라는 일제시대 강제 동원되었던 징병자들과 위안부 할머니들에 관심을 가진다. 특히 그녀는 오랜 시간 동안 위안부할머니에 대한 얘기를 카메라에 담아왔었다. 1991년 제작된 <아리랑의 노래:오키나와에서의 증언>을 시작해서 위안부 할머니들은 박수남 감독의 영화에서 중요한 등장인물이다. 박수남 감독의 가장 최근작은 <침묵>이다. 생존해 있는 위안부 할머니들이 일본에 사죄와 보상을 요구하는 긴 시간의 투쟁을 담은 영화이다. 국가가 나서서 일본에 사죄와 보상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할머니들 스스로 일본국가에 진심어린 사죄를 요구하는 것이다. 최근 개봉한 김현석 감독의 영화 <아이캔스피크>에서 나옥분 할머니는 불법의 흔적을 찾아 끊임없이 구청에 민원을 넣는다. 일상생활에 필요한 것부터 사소한 것에 이르기까지 할머니의 관심이 미치지 않는 것은 없다. 구청은 국민들의 삶을 안락하게 만들고 국민들의 어려움을 귀 기울여 듣는 국가기관이다. 할머니는 20년에 걸쳐 8000건의 민원을 접수했지만 자신이 국가에 청하고 싶은 민원은 정작하지 못한 것일 수 있다. ‘험한 일’을 당하고 온 자신들에게 국가는 왜 침묵을 강요하고 자신들을 은폐했느냐고 따지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정당하게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국민으로서의 지위를 부여받기 원했을지 모른다. <이산자>에서도 위안부로 강제 동원되었던 이옥선 할머니가 “억울하다는 말 밖에는 못하겠다”는 외침은 일본과 한국 두 국가가 그동안 위안부할머니에게 자행했던 일들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문정현 감독의 <이산자After Chosun>는 한국의 비극적인 근현대사를 관통한다. 일제식민통치 시절 먹고살기 힘들어 일본으로 도항한 제주민의 사연과 일본의 패전이후 무국적자가 된 자이니치들의 사연, 강제 동원되었던 위안부 할머니, 여전히 국적 난에 조선이라 기입하는 자이니치들, 남북한 분단 상황에서 북한이라는 체제를 벗어나 남한으로 이주해온 탈북이주민,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는 목포항에 옆으로 누워있는 세월호가 등장 한다. 어떻게 보면 산만하다 싶을 정도이다. 하지만 문정현 감독이 <이산자>를 통해 하려는 말은 간명해 보인다. 국가란 무엇인가? 국가가 어떻게 국민과 비국민의 선을 긋고 차별해 왔는가? 이 영화는 결국 국가는 차별과 배제를 통해 비국민을 생산하고, 또한 국가는 그 차별과 배제를 기반으로 유지되고 있는 폭력적기구라는 것을 역설한다.

 

 

작성일 : 2017.12.21
저자 소개  

임회록
문화 칼럼니스트.
영화, 드라마, 소설 등 이야기로 된 것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보는 편이지만 특히 범죄서사물을 즐겨 본다. 최근에 쓴 글로는 "'달맞이 언덕'의 하드보일드 잔혹서사", "말하기 시작하는 몸" 등이 있다. fox_10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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